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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일병의 사람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들(컬럼,에세이)

[에세이] 낡아버린 구두 한 켤레를 떠나보내며

by 마린일병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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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살아가면서 유독 사랑이나 정을 듬뿍 주는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다.

어떤 사람은 사람에게 또 어떤 사람은 취미나 물건에 그것을 주기도 한다.

 

나 역시 사랑하는 가족들 또는 지금 하고 있는 학업 관련된 것 친구들, 선후배 등등... 하지만 유독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사연이 뚝뚝 묻어나는 것들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 비해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어려서 동화책을 꽤 많이 읽고 사물을 의인화 해서 이런저런 상상하는 것을 즐겼던게 몸에 배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 주변의 사물을 의인화 해서 기억하고 정을 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중 유독 정을 많이 줬던 구두 한 켤레가 있다, 이 친구가 아마 유럽출장때 신으려 구매를 해서 내 발에 신겨졌던것 같다.

 

로퍼 형태의 구두를 꽤 오랜만에 신었던 것 같고 이 구두와 난생 처음 유럽을 함께 했었다. 그 이후로도 평상시 뿐만 아니라 싱가폴이나 호주 등 출장이나 가족여행에 함께 동행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여전히 올 여름에도 현역으로 활동을 했으나 비 맞다보니 구두 상태가 확연하게 안좋아짐이 느껴진다.

 

뭐 아냐 애착을 가지는 넘이다 보니 살짝 낡아보이는 것 그리고 가죽이 부분 까진부분에 대해서 그다지 상관하지 않으나 아내나 아이들이 이제 좀 바꾸는게 어떻겠냐 말을 한다, 같이 다니기 부끄럽다고도 하기도 하고...

 

이제 새식구를 맞이해야할 때가 되었나보다...

 

그리고 몇일뒤 난 새 로퍼를 구매했고, 오늘 그 새로운 친구를 신은 첫번째 날이다.

 

로퍼긴 하지만 그래도 새 구두다 보니 아직 발에 착 감기는 맛, 편안한 맛은 없다, 아마도 이 친구와 당분간 서로에 길들여질때까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할 듯 하다.

 

그렇게 해서 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친구를 놓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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