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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일병의 사람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들(컬럼,에세이)

[에세이] 나물에 얽힌 손맛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그림자

by 마린일병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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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종종한다, 인터넷에 널린게 레시피이고 각양각색의 세계요리뿐 아니라 기발한 응용레시피까지...

좋은 세상이다.

 

요즘 시대가 시대니만큼 종종 온라인으로 식재료를 주문하는데, 실수로 커다란 무 두개가 배달이 되어 버렸다.

 

무 하나 반품하자니 귀찮기도 하고 유통업체쪽에도 살짝 염치없기도 해서 자체 소화를 해보기로 했다.

 

난 나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시원한 국물 내는데 쓰기보다 나물로서 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무로 할 수 있는 나물이 무나물과 무생채밖에 더 있는가? 간혹 해먹는 충무김밥에 곁들이는 석박지는 다음에...

 

비쥬얼은 그럴듯 하다, 뭐 나물에 얼마나 비쥬얼이 나올까만은 생전 처음해보는 무나물과 생체로는 다른 사람들 그것과 크게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맛은?

 

아니올시다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익숙한 맛과는 다소 거리가 좀 있다. 

 

내 머리속에 각인된 무나물과 무생채와는 조금은 뭐라 딱찝어 말하긴 어렵지만 뭔가 허전하고 다소 심심한 맛...

 

할 수 있는 가지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레시피 보고 해내는 이런저런 요리 그리고 그걸 내것화 해서 풀어내는 변형된 요리들 나름 우리 또래의 보통집에서 먹는 음식보다는 좀 더 다양한 요리를 꽤 먹을만 하게 해낸다는 나인데 맛이 영 시원하지가 않다.

 

어머니께서는 유난히 겉절이나 무침, 나물을 잘하신다, 내 머리속에 각인된 어머니의 손맛과 지금 내 혀끝에 맴도는 나물의 맛과의 차이...

 

더 배우고 더 좋은 재료에 더 좋은 계량된 레시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머니의 손맛 그것을 재현해 낼 수가 없다. 어머니의 인생이 녹아든 그 손맛...

 

아직은 가까이 사시기에 언제든 어머니 손맛이 그리우면 후다닥 건너가면 되지만 언제까지 거기 계셔주실지...

 

언젠가 내 기억의 맛이 뇌리를 스칠 때 그 맛이 기억속의 맛으로만 되뇌어야할 때가 올것이다. 나는 어머니의 맛을 재현할 수 없고 아내는 아내의 성장과 경험이 담긴 다른 손맛을 가지고 있기에 다시는 먹어볼 수 없는 추억의 맛...

 

그래도 아직은 정정하신 어머니의 존재가 감사할 따름이다, 반대로 뭐 하실때마다 예전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살짝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손은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난 아직 따듯하다, 아직은 기억이 기억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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