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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일병의 사람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들(컬럼,에세이)

[에세이] 코로나19, 마스크 대란을 겪으며...

by 마린일병 202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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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 소식이 서서히 들려올 때 사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이번 정부, 공도 있고 과도 있지만 대체로 잘해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대통령님의 사람에 대한 철학과 국정방향 그리고 일처리에 대한 나름의 믿음이 있기에 쉽지 않겠지만 잘 대처하리라 생각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사다놓은 마스크도 좀 있고 해서,

 

왠걸, 대구/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이 급격하게 터질 줄이야...

 

부랴부랴 집에 마스크 재고를 챙겨보니 내 생각과는 달리 마스크 재고가 얼마 없다는 사실, 그리고 애들용으로 사둔 중형은 재고가 좀 있지만 애들이 커서 사이즈가 안맞는 문제가 발생, 부랴부랴 마스크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온라인은 장당 3천원, 4천원해도 재고가 없는 상황, 이리저리 수소문 해보니 집근처 초대형 창고형 마트에서 매일 조금씩 풀린다는 소문을 캐치했다.

 

다행스러운건 지난 월,화 애들 방학이라 가족여행을 위해 휴가를 받아놨다는 점, 남들 일할때 이리저리 발품 팔 수 있다는 점...

 

2월 22일(토)

지역주민카페에는 아침 8시쯤 가서 줄서야 한다는 소식... 6시쯤 집을 나서 도착해보니 아직 셔터가 내려져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아내는 주차장 출입구쪽으로 차로, 나는 매장 입구쪽에서 줄을 서서 먼저들어가는 사람이 줄을 서는 것으로 양동작전을 짜고... 이미 여러번 오신분, 나 처럼 처음 오신분들... 지금 시국에 사람이 모이면 이런저런 카더라 통신이...

 

7시쯤 넘어서 차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꽤나 줄이 길다... 직원 한분이 오셔서 곧 셔터 올린다고 뛰지마시라고, 안전사고 유의해달라고 당부하는데, 얼굴은 이렇게 시달린게 꽤나 되는듯 많이 지쳐있었다.

 

이날 이 셔터가 올라가는 걸 보신 분들은 마스크 get에 성공하신분들...

 

그리고 지루한 기다림, 토요일이라 소문듣고 인근 용인, 화성에서 오신분들도 꽤 되는 것 같았다.

오픈시간에 맞춰 줄선 사람부터 줄 그대로 입장, 일반 상품 고객들이 불만 어린 눈낄로 우리는 쳐다본다

그렇게 오늘은 1인당 25매입된 1박스씩 손에 들고 기쁨의 미소를...

 

50매 확보 마스크를 얻기까지 4시간여가 소요됐지만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안감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피곤함을 상쇄시켜준다...

 

가격은 대기업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1장당 대략 1600원선, KF94 기준 마스크가 이정도면 이 시점에서 많이 저렴한듯... 

 

 

2월 24일(월)

아직 확보된 마스크가 하루 1인 1매 기준 12~14일 정도라 또 한번 새벽에 나선다, 일요일은 마트 쉬는 날이라 오늘도 확보를 해야 다소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듯...

 

평일이라 조금 늦게 출발해서 7시 도착, 지난 토요일의 경험이 있어 동선도 최적화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를 잡았다.

마트도 그간 여러 문제가 있었는지 이제 번호표를 나눠준다.

 

사람들의 카더라 통신을 귀동냥해보니 지난 토요일은 정말 행운이었던것 같다, 300박스 풀었는데 그날 900명이 넘게 왔었단다.

 

또 다시 지루한 기다림이 지나고 또 하나씩 받아 들었다, 오늘은 지난 토요이로가 다른 중소기업 제품, 그러나 물량이 딸리는지 3매입 * 5봉 = 15장... 그것도 150명 밖에 받을 수 없었다.

 

가격은 1장당 1100원선, 가격 많이 착하다. 기대만큼의 수량은 아니었지만 집에 있는 것과 합하면 한 20여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수량...

 

 

2월 24일(화)

한번더 get하고 맘 편하게 살자는 생각에, 어제 못 산 사람들 대부분이 몇시부터 나와있냐고 물어보고 다는 통에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왠걸,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바이러스 소식은 사람들을 작정하고 부지런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간의 성공에 취해 다소 느슨해진것일까?

도착하고 내리자마자 번호표가 다 소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차를 돌려 집으로 집으로...

 

 

3일간 마스크 확보전쟁에 직접 뛰어들었다, 아침일찍 움직이고 4시간이상 줄서서 기다리느라 피곤함에 몸이 스폰지다.

 

내가 유난을 떨었을 수도 있지만 아내와 애들이 마스크 없이 외부에서 노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생각한다.

 

아쉬운건 정부의 대응, 대구에서 시작된 갑작스런 바이러스 확산에 정부도 여기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겠지만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에 기댈것이 마스크와 손세정제 밖에 없다보니 좀더 일찍 강력한 수급대책으로 개입을 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번 정부에서 이번 사태가 끝이나면 회고하고 이번 사태 대응에 대한 백서 만들고 매뉴얼 보완할꺼라 생각한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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